작성일 : 23-08-20 03:3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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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타베팅 이용후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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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쓴이 :
임재정
 조회 : 54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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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통 여기까지 오면 그다음은 정해져 있다.
상대를 끝까지 밀어붙여 팔이나 머리통을 움켜잡으면 끝이다.
그런데 이게 웬일일까?
‘크읏!’
화끈거림이 더 심해졌다.
음풍묘군이 ‘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’고 생각하고 있을 때, 몹시도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.
손가락 두 개가 자신의 오른 손등을 뚫고 나온 것이다.
“으헉!”
다급한 신음과 함께 음풍묘군은 펼쳤던 손가락을 오므렸다.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손가락이 계속 전진해 손바닥을 찢어 버릴 것 같았다.
그때다.
바로 눈앞에서 멈춰선 검결지가 접혔다 펴지기를 반복했다.
이건 또 무슨 수법일까?
대경실색한 음풍묘군의 팔뚝에 삐죽삐죽 소름이 돋았다.
음풍백골조가 깨진 상황이라 이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.
음풍묘군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어 갈 때다.
“안녕하세요? 나는 연적하라고 해요. 만나서 반가워요. 우헤헤.”
손가락이 꾸물거리며 접히는 동작에 맞춰 연적하의 음성이 들려왔다.
‘헐!’
음풍묘군의 입이 쩍 벌어졌다.
저 미친놈은 이 상황에서 손가락 인사를 하고 있었던 게다.
이걸 생사의 대결로 생각한 건 자신뿐이라는 말인가?
전의를 상실한 음풍묘군이 입을 열었다.
“나, 나는, 음풍묘군이오. 그만합시다.”
순간 연적하의 검결지가 쑥 빠져나갔다.
음풍묘군은 왼손으로 손바닥의 구멍을 막고 연적하의 눈치를 살폈다.
“아저씨. 아까 손이 확 다가올 때 얼굴로 냉기가 막 밀려오던데. 어떻게 한 거예요?”
‘크윽!아프다…….’
음풍묘군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.
남의 손바닥에 구멍을 내고 저렇게 해맑은 얼굴이라니?
스승인 파천마군이 무공을 가르칠 때 딱 저랬다. 제자들을 잡아 죽일 듯 몰아붙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시시껄렁한 농담을 했다.
그때마다 십이마군들은 웃으며 호응해 줬다.
지금처럼.
“하하, 그건 내가 익힌 음풍백골조라는 무공 때문이네. 음풍이라는 이름이 그래서 붙은 게지.”
스타베팅의 입에서 기름기를 쫙 뺀 탈속한 웃음이 흘러나왔다. 과거 파천마군에게 맞고 나서 짓던 담백한 웃음이 십여 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.
“아, 음풍이 발정난 개라는 의미가 아니었구나. 내가 오해한 거였네.”
“전혀 아닐세. 여기서 음풍이라 함은 우주의 음한 기운을 뜻하는 것으로…….”
“됐고요. 아까 갔다고 들었는데 산채에는 왜 다시 온 거예요? 내 눈을 보고 똑바로 말해 봐요.”
“그게, 그러니까, 가려다가 생각해 보니 오봉십걸에게 인사를 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일세. 사람이 정도 있고, 또 예의도 있고 그런 거라서.”
“그럼 빨리 인사하고 가요. 자러 가야 하니까.”
연적하의 재촉에 음풍묘군은 머뭇거렸다.
무림에는 서열, 즉 배분이라는 게 있다. 자신의 위치가 오봉십걸보다 한참 높은데 어떻게 먼저 인사를 한단 말인가. 이건 싸움에서 진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.
“아! 진짜. 피곤하게 하시네. 확 묻어 버릴까.”
음풍묘군이 가볍게 진저리를 쳤다.
연적하의 짜증 어린 말에 마지막 자존심이 날아갔다.
이런 곳에서 죽는 거야말로 진정한 개죽음이 아닌가 말이다.
“아하하! 가네, 가. 오봉십걸 형제들, 나는 이만 가 보겠네. 만사평에서 다시 만나세나.”
기가 꺾인 음풍묘군은 오봉십걸에게 평대를 했다. 파격적으로 형제라는 호칭까지 붙였다. 연적하 때문에 오봉십걸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.
풍연초와 탁고명을 비롯한 아홉 명의 오봉십걸이 황송하다는 듯 허리를 숙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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